항해 프론트엔드 코스를 마치며, 지난 시간을 기록하고 회고해보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 라는 개발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시간을 보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돌아보는 글입니다.
이 글은 어떠한 교육기관을 홍보하기 위한 글이 아닌,
단지 개발자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기록하기 위한 개인적인 회고 입니다.
1. 항해를 시작할 당시의 나
1-1. 작년, 흔들렸던 시간
작년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시기였다.
전반적인 채용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았을뿐더러, 그 와중에 간절히 원하던 곳의 면접에서는 결국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외적인 상황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다가왔던 건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준비해왔던 방향에서 벗어나게 되자, 더더욱…
내가 가던 길이 맞았는지조차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올해부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속 일을 쉴 수 없는 상황이라 현재는 잠깐 비개발 직무에 몸을 담고 있지만, 개발자로서의 방향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만, 혼자서 이 시간을 이 악물고 이끌고가기엔 점점 리듬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1-2. AI 시대, 개발자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이전의 경험을 떠올리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놓쳤던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당시 채용 과정을 거치며 한 가지 분명히 느낀 건, 단순한 기술 숙련도로는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요즘은 업무를 도와주는 ChatGPT, Claude 같은 도구들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디렉토리 구조를 설계하고, 테스트 케이스까지 제안하는 흐름을 보면 단순한 도우미를 넘어서, 마치 한 명의 기술 멘토와 함께 작업하는 듯한 감각이 들 때도 있다.
특히 3개원 전에 본 Claude 3.7 Sonnet은 정말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단 한 문장으로 코드를 완성하는 걸 넘어서, 맥락을 이해하고 전체 구조까지 제안하는 걸 보며 기존의 사고 방식 자체를 바꿔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AI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할 정도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도구들이 정답 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안된 코드를 그대로 쓸 수 있는 경우는 드물고, 결국엔 내 맥락에 맞게 바꾸고 정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덕분에 나 역시 최근에는 ‘무엇을 만들까’ 보다 ‘왜 이렇게 만들까’ 를 더 자주 고민하게 됐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의 경계는 흐려지고, 정해진 기술보다도 문제를 파악하고 구조화하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이 더 중요시하는 흐름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기술 스택의 확장이 아니라 ‘개발자로서 문제를 파악하고 구조화하고 정의하는 역량’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정립하는 일’ 이었다.
1-3. 다시 움직이기 위한 동기
혼자서 개발을 이어가기엔 점점 동력이 떨어지고 있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함께 자극을 주고 받는 환경 안에서 다시 뛰고 싶다는 갈증이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현재 잠시 지방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주변에 개발 커뮤니티가 활발하지 않았고, 그런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섞이기 어려운 상황도 지속됐다.
그런 맥락에서 항해 프론트엔드 과정은 나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었다.
실제로 커리큘럼 자체는 대부분 실무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나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경험해본 내용들 이었지만, 그동안 미뤄왔던 테스트 코드, CI/CD는 현재 시점에서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아닌,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서로 자극이 되어 스스로를 단단히 다질수 있는 기회
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도전이었다.
2. 함께 달리는 ‘사람들’
처음 모였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함께 달릴 수 있는 ‘사람들’ 이라는 것
일정을 조율하며 Discord와 Zep에서 고민을 나누고,
퇴근 후에도 새벽까지 문제를 해결하며 과제를 밀어붙이던 경험,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서로를 끊임없이 격려해주던 분위기
매일매일이 단순히 과제를 해내는 시간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는 러너들 사이에 함께 뛰고 있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각자의 속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은
혼자 고군분투 하던 때와는 또 다른 몰입감과 책임감을 만들어냈다.
2-1. 각자의 방식으로 진심을 다했던 사람들
함께한 ‘사람들’ 은 정말 다양했다.
어떤 누군가는 퇴사 이후 올인하고 있었고, 또 다른 이는 회사에 다니며 밤마다 빠짐없이 들어왔다.
각자의 상황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이 시간을 굉장히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었다는 것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나 역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 나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었나?
- 작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이었나?
- 나에게 이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라는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며 다시 방향을 잡아보는 시간이었다.


위의 사진은 새벽까지 Zep에서 함께 달렸던 ‘사람들’ 팀원 분들과의 기록이다.
꽤 오랜만의 느껴보는 감정이다.
전 직장에서 초기 개발팀의 일원으로 함께하며, 동료분들과 개발 문화를 만들어가며
‘팀으로 성장한다는 것’ 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과정에서 그때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혼자하는 개발과는 확실히 다르게, 함께 맞춰가는 리듬, 서로 주고 받는 자극 속에서 정말 오랜만에
요즘 밈인 러너스 하이를 맛본 듯한 경험이다.
3. 마친 이후, 앞으로 어떻게?
이 과정을 모두 마치고 나서도 ‘끝났다’ 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다시 한 번 리듬을 끌어올려 새로운 시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 크게 다가온다.
기술적으로 갑자기 실력이 급등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사실 애초에 이 과정을 시작할 때부터 단기간에
뭔가를 크게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개발자로서의 문제 접근 방식과 학습 루틴 자체가 다시 정립되었다는 점이다.
요즘은 막히는 지점이 생기면 단순히 넘기지 않고,
관련 문서를 깊이 들여다보고, 직접 작은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며 흐름을 확인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이라면 부담스럽게 느꼈을 테스트 코드나 CI 설정도,
지금은 직접 구성하며 그 구조와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과정 안에서 배운 기술과 툴도 물론 의미가 있었지만, 그보다도 더 크게 다가온 건 이런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그동안의 공백기로 인하여 조금 무뎌졌던 영역이 있었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개발자로서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관점과 접근 방식을 다시 정비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한 단계 더 견고하게 다듬고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3-1. 리듬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들
위에서 말했듯이 과정이 끝났다고 해서 흐름이 멈춘 건 아니다.
오히려 함께 했던 팀원들과 주 1회 스터디를 자발적으로 이어가며,
인사이트나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받는 루틴을 만들어 가려고 하고 있다.
지방에서 혼자 개발을 이어가다 보면,
이처럼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자극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꽤 큰 힘이 된다.
이제는 이 리듬을 무너지지 않게 이어가며, 사이드 프로젝트도 다시 계획 중이다.
항해 과정에서 다뤘던 테스트 코드나 배포 자동화 같은 영역을 실제 프로젝트 안에서 더 깊이 적용해보는 방식으로 학습을 이어가려 한다.
그리고 이 안에서 경험하는 시행착오와 개선 과정들을 블로그에 기록하며,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구조화하고 재정리하는 훈련을 계속할 예정이다.
하루에 한 줄이라도 코드를 작성하고,
하나의 개념이라도 본질부터 정확히 이해해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3-2. 마무리하며
작년 퇴사 이후의 흐름이 끊긴 시간 속에서, 단지 감각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깊고 넓은 시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방향을 다듬고 있다.
아직 더 채워야 할 부분은 많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태도로, 더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뛰기 시작한 지금의 나를 믿는다.